|
|
|
|
|
 |
|
|
|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 기피 현상과 그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
 |
|
|
|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6-06-29 20:31
조회 : 9173
|
|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 기피 현상과 그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I. 학교 과학교육 분야의 현황 및 개선 방안 27
1. 우리나라 학교 과학교육의 실태와 분석 27
2. 학교 과학교육 목표의 변화 31
3. 이공계 기피에 대한 외국의 사례 38
4.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학교 과학교육의 개선 방안 42
II. 학교 밖 과학 교육의 현황과 개선 방안 53
1. 국내의 각종 과학 경연 및 행사 53
2. 청소년/교사의 과학 단체 활동 61
3. 대중 매체를 통한 과학 64
4. 과학자의 과학대중화 활동 65
5. 연구기관의 과학대중화 활동 67
6. 대학의 과학대중화 활동 68
7. 기업의 과학 문화 사업 69
8. 과학관과 박물관 70
9. 놀이문화와 과학 71
III. 인력 정책 분야의 현황과 개선 방안 73
IV. 과학문화-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지기반 조성 73
※ B팀 참여연구원 ※
김영식, 송진웅, 윤혜경, 오동훈, 박희주, 고인석, 정원
I. 학교 과학교육 분야의 현황 및 개선 방안
1. 우리나라 학교 과학교육의 실태와 분석
□ 과학기술인의 눈을 통해 본 이공계 기피의 단면
“박사들이 많이 모여 사는 대덕연구 단지에서 중고생을 둔 아버지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자녀의 말이 무엇인 줄 아세요? ‘아빠, 자꾸 그러면 나 이과 갈꺼야’랍니다.”
지난해말 한 일간 신문의 인터넷 토론방을 뜨겁게 달군 어느 글의 시작이다. IT와 인터넷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토론의 주제였다.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등에 대해서는 온갖 시시콜콜한 사건도 인터넷 토론방의 뜨거운 주제가 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언제 한번이라도 <과학기술>이 토론의 쟁점이 된 적이 있었던가. 이러한 ‘반가운 현상’은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처해있는 실태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닐 수 없다. 앞의 인용글이 현직 과학기술자가 보는 과학기술의 현실이라면, 다음의 인용글은 예비 과학기술 인력이 오늘날의 현실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전 과학고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공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 지금 대학교 동창생들이나 고등학교 동창 중에서 KAIST나 포항공대 다니는 친구들 중에서 학부 성적을 상위권으로 받고 있는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다 졸업하고 외국으로 건너가서 거기서 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미 서울대, KAIST, 포항공대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으로 나가서 거기서 인정받으려고 하지 한국에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애국심이 희박하다고요? 글쎄요. … 저도 이미 군복무를 마쳤고 대학원부터 외국으로 가서 그 곳에서 평생을 살고 귀화해서 … 그리고 저의 많은 친구들 … 비슷한 길을 걷겠죠. 한국이요? 판검사들이 다 알아서 하겠죠.”
이 글을 쓴 대학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급 과학기술 예비인력임에 틀림없다. 이들 하나하는 모두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보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이 땅을 떠나려하는가? 그의 자조 섞인 말대로 “애국심이 희박해서”만의 이유 때문인가?
몇 년 전 우리나라의 IMF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 수의 과학기술 연구인력들이 퇴출되었다. 1998-99년에만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의 25%에 달하는 2,800여 명이 퇴출되었다. 국가의 연구․개발 투자는 97년 12조원에서 99년 9조6000억 원으로 대폭 줄었으며, 민간기업이 과기부 산하 20개 출연연구소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과제 541건 중 174건이 중단되었다. 대덕 단지 연구원의 10명 중 8명이 연구소를 떠나고 싶다고 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과학기술계의 암담한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활력있게 일할 나이에, 자신이 하는 연구 이외에는 관심도 없고 능력도 없는 연구원들이 퇴출 된 다음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사회의 모든 분야가 공통으로 경험한 아픔이었겠지만, 경상계열 등을 비롯한 인문․사회계 분야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친분이 쌓이고 이는 그들의 재출발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경력이 쌓을수록 더욱 특수한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게 되는 과학기술 연구인력들은 그들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생활인으로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신세가 되기 쉽다. 이런 경험을 직접 또는 동료들을 통해 얻었던 대덕 연구단지의 아빠들은 자식을 향해 “그래도 과학기술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 이를 자신의 선배들을 통해서 보고들은 예비 과학기술자들이 계속해서 국내에 남아 그 모든 유혹을 떨쳐버리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 대학입시와 이공계 기피
지난해 12월 2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이 공개되었다. 지지난해에 비해, 상위 50% 학생들의 전체 평균은 66.8점이 떨어졌으며, 계열별로는 예․체능계 75.6점, 인문계 65.8점, 자연계 49.6점이 각각 하락하였다. 수능시험이 너무 어려웠다고 수험생들은 울고, 학부모는 분통을 터뜨리고, 급기야 장관과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또한 어처구니 없게도 유명 학원이 밀집한 서울의 강남 지역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세계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난 해 수능시험에서 실제로 심각했던 문제는 평균점수의 하락이 아니라 계열별 지원자 비율의 동향이라고 지적했다. 2002학년도 응시자 73만8814명 중, 자연계는 26.9%이었고 인문계는 56.4%이었다. 즉, 자연계 지원자의 비율이 인문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더욱 심각했던 점은 자연계를 지원하는 학생의 비율이 해마다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7년 전인 1995학년도의 경우 인문계는 48.3% 자연계는 42.6%로 서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지만, 불과 7년 사이에 자연계가 인문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었다.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정말 심각한 문제는 자연계 지망자 중에서도 실제로 과학기술자가 되겠다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12월 2일자 모 일간신문에 의하면, “공부 잘 하는 학생은 의대에 가겠다고 하고, 보통 아이들은 요리사가 되겠다, 호텔경영을 하겠다, 춤으로 승부를 걸겠다 등 다양하다”고 한 고교생(서울 H고 2년)이 요즘의 학교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문제가 여기에서 그치면 다행이다. 문제는 그렇게 적은 비율의 과학기술계 지원 학생 중에서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학생의 비율은 의대, 한의대, IT 등에 밀려 더욱 더 적으며, 그 나마 실력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올 초 서울대의 자연대․공대 신입생 1천294명을 상대로 수학능력측정시험을 치른 결과 전체의 13.9%인 180명이 낙제해 7.6%(111명) 수준에 그쳤던 지난해에 비해 낙제자 비율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통 우리나라의 초등학생의 경우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20～30%가 과학자․기술자가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래희망은 그들이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급속히 감소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가속되어 과학기술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비율이 0.4%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이공계로 진출하는 학생들 중에는 고등학교 때 문과에 속해 있다가 교차지원을 통해 이공계로 진출한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이들은 물리학이나 수학의 기초지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 한 채 대학에 입학한 상황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이공계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이공계로 진출한 우수한 인재들 대부분은 자연과학이나 공과대학에 지원하기보다는 의사나 약사 한의사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앞다투어 진학하고 있다.
□ 초중고 과학 실험교육의 실태
최근의 한 정책 연구(과학문화진흥회, 2001)에 의하면, 과학교사의 75%가 과학교육에서 실험지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상급학년이 될수록 실험을 싫어하게 되고 과학에 대한 흥미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의 50% 이상이 자, 천칭, 온도계 등의 눈금읽기조차도 잘 못하고 있으며, 실험에 자신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5%, 스스로 탐구해보았다는 학생의 비율은 10%, 생활에 적용해보았다고 응답한 학생은 18% 정도에 불과했다.
□ 열약한 이공계의 사회적 기반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의 대학에는 소위 <고시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고시와 특히 가까웠던 서울대의 인문․사회계는 학생의 절반이 고시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KAIST에도 “고시 스터디그룹”이 생겨났으며, 이공계 학생들도 사범고시, 행정고시 등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왜 과학기술계 대학생조차도 고시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인가?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사농공상”의 뿌리깊은 의식이 남아있다. 고시에 합격하고, 국가의 고위직에 올라야 입신양명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팽배한 것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이 안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은 어떤 사람들이 되는가? 약 300명 가까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중에서 이공계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국에서 입법부 중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에 비해 2배～7배에 이른다. 이공계의 특성상 이공계 출신이 아니면 그 속사정을 알기 어렵고, 이렇게 거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비이공계 출신이라면 어떻게 효과적인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과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이공계 중에서도 의약학 분야를 제외한 순수 이공계의 비율이 더 작은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결국 단지 2%만이 첨단과 중화학 공업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추진하겠는가?
□ 열악한 과학교육 및 과학문화의 기반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이지만 과학교육의 기반과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대개 25명 이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선진국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4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과학실험을 하니 그중 반은 어깨 너머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 뿐인가? 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실험보조원은 거의 없고, 과학기자재는 부족하며, 과학교사는 실험준비, 진행, 정리, 평가에 이르는 모든 것을 담당하면서도 다른 교과와 동일한 수업 시수를 수행해 내야 하니 과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국가의 초중고 과학교육의 정책을 전담하는 전문가가 교육부에 없으며,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평가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에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겨우 1명씩만 존재한다. 이들이 초중고 학교의 교과서 개발 및 검정, 수능시험과 교사 임용시험, 국가학력평가와 국제학력비교평가 등의 엄청난 업무를 충실히 담당해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SF속의 수퍼맨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도 좋지만, 중요하고도 핵심이 되는 부서에서의 인력 부족은 오히려 비효율성을 가중시키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국민 전체를 위한 과학문화의 기반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에는 40여 개의 과학관이 있는데, 이는 인구 100만 명 당 1개에 해당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거의 1/10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일반 시민들이 과학기술을 가깝게 보고 경험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새로운 형태의 국립과학관을 수도권에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지금의 수준을 볼 때 훨씬 더 많은 수의 과학관들이 설립되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2. 학교 과학교육 목표의 변화
□ 과학교육의 목표로서의 “과학적 소양”
Hodson and Reid(1988)에 의하면,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의 미국의 과학교육과정 개혁운동과 영국의 Nuffield 과학 교육과정 운동 등은 소위 ‘어린이 과학자(Being a Scientist)’라는 개념이 그 근간에 깔려 있었다. 즉, 과학을 학습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과학자가 행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발견(discovery)’의 경험과 기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1980년대 이후의 세계 과학교육의 근간을 이룬 슬로건은 ‘모든 이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었다. 이는 이전의 예비과학자 양성의 과학교육에서 과학교육을 통해 보다 보편적 인성과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과학교육으로의 변화였던 것이다. 이 입장에서는 다양한 흥미와 경험 그리고 능력을 가진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과학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보편적 과학교육의 중심 목표는 바로 ‘과학적 소양(scientific literacy)’이었다 (Jenkins, 1993).
실제로 오늘날 학교 과학교육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되는 근거 중의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 중의 한 가지가 과학적 소양이며, 학교 과학교육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과학적 소양을 갖춘 일반인(scientifically literate public)을 양성하는 것이다 (예컨대, Showalter, 1978).
과학적 소양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과학교육자 중의 한 사람으로 P. D. Hurd를 들 수 있는데, 그는 1958년 자신의 논문 “과학적 소양: 미국의 학교를 위한 그 의미(Science Literacy: its Meaning for American Schools)”(Hurd, 1958)에서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그는 ‘과학적 소양’을 과학과 과학의 사회적 응용에 대한 이해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허드는 당시 과학과 기술에 대한 과학의 응용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추진력이 되었으며 또한 사회에서의 과학의 역할에 대한 논의 없이는 인간의 가치와 정치 경제적 문제 그리고 교육적 목적 등을 논의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Bybee & DeBore, 1994).
한편, 퀠시(Koelsche, 1965)는 과학적 소양을 대중매체에서 논의되는 과학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일군의 기능과 지식이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신문과 잡지 등에서 175개의 과학적 원리와 693개의 과학용어를 확인한 바 있다. 그는 학교교육이 이러한 원리와 용어들에 대한 작업지식(working knowledge)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의 이러한 목록이 과학적 소양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스미스(Smith, 1974)는 과학적 소양을 주변 사건에 대한 이해(an understanding of the events around us), 과학에 대한 대중매체에 나타난 비전문가들의 주장의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the ability to verify the truth of claims made by lay-persons in the popular media about science), 그리고 사회의 필요성에 대한 과학활동의 관련성과 중요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the ability of to evaluate the relevance and importance of scientific developments and projects to the needs of society)이라고 정의하였다.
쉔(Shen, 1979)은 과학적 소양을 크게 다음의 3가지로 구분하였다: 실용적 과학소양(practical scientific literacy), 시민적 과학소양(civic scientific literacy), 문화적 과학소양(cultural scientific literacy). 여기에서, ‘실용적 과학소양’은 실제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즉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과학기술 지식을 의미하며, ‘시민적 과학소양’은 시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과학과 관련된 쟁점들에 대해 자신들이나 그들의 대표가 상식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을, 그리고 ‘문화적 과학소양’은 과학이 인류가 성취한 중요한 한 분야로서 갖는 특징을 의미한다.
1982년 미국의 NSTA는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의 교육에 초점을 맞춘 과학교육의 새로운 교육목표를 주장하는 정책문건을 출판하였는데, 여기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과학교육의 목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초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능, 기술, 가치, 윤리 등을 강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Collette & Chiappetta, 1989). 이 문건은 1980년대 이후의 미국의 과학교육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는데, 여기에서는 과학기술적 소양을 갖춘 사람(scientifically and technologically literate individuals)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과학기술적 소양을 갖춘 사람은) 과학, 기술, 사회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하고 이러한 지식을 자신의 일상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 과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란 논리적으로 학습하고 사고할 수 있는 데 필요한 과학적 사실, 개념, 개념적 조직구조, 과학적 과정에 대한 기능 등에 대한 상당한 기초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그것의 한계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NSTA, 1982)
NSTA는 이어서 ‘과학기술적 소양을 갖춘 인간’이 지녀야 할 특성 13가지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① 과학 개념, 탐구 과정 기능 그리고 가치를 일상 생활의 책임감 있는 의사 결정에 이용한다.
② 과학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사회가 과학과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
③ 사회는 여러 가지 지원을 통해서 과학과 기술을 통제함을 이해한다.
④ 과학과 기술이 인류의 복지 증진에 기여함은 물론 그 제한점도 인식한다.
⑤ 과학의 주요 개념, 가설 및 이론을 알고, 이것들을 사용할 수 있다.
⑥ 과학과 기술이 제공하는 지적 자극을 인식한다.
⑦ 과학적 지식의 생성은 탐구 과정과 개념적 이론에 의존함을 이해한다.
⑧ 과학적 증거와 개인적 견해를 구별한다.
⑨ 과학의 본질을 인식하고, 과학적 지식은 잠정적이며 증거의 축적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⑩ 기술의 응용과 이에 따른 의사 결정을 이해한다.
⑪ 과학 연구의 가치와 기술 발달을 인식할 수 있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다.
⑫ 과학 교육의 결과로서 보다 심오하고 멋진 세계관을 가진다.
⑬ 믿을 만한 과학적 및 기술적 정보원을 알며, 이러한 정보원을 의사 결정 과정에 활용한다. (NSTA, 1982)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교육 운동의 배경과 의미를 분석하였던 연구에서 Hodson and Reid(1988)는 학교 과학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의 흥미나 경험 또는 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적 소양(scientific literacy)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 과학적 소양이란 무엇인가? Thomas and Durant(1987)는 많은 수의 관련 문헌들을 분석한 뒤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의 특징을 정리하였다.
① 과학의 본성, 목표, 일반적 한계 등에 대한 이해, 이론과 관찰의 역할 그리고 ‘과학적 접근법’의 습득
② 기술의 본성, 목표, 한계점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
③ 연구의 자금지원, 과학활동의 실제, 연구와 개발의 관계 등 과학과 기술이 실제로 실행되는 방식에 대한 지식
④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 등을 포함하는 과학-기술-사회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
⑤ 과학의 핵심 구성요소와 그 언어에 대한 일반적인 기초
⑥ 확률 및 통계와 관련하여 수량적 자료를 해석하는 기초적 능력
⑦ 기술적 정보와 기술의 산물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
⑧ 과학과 기술에 관련된 정보를 어디에서 그리고 누구에게서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
위의 목록 중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특히 ①과 ② 그리고 ⑤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Collette and Chiappetta(1989)는 학생의 과학적 소양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강조하였다.
① 자신의 과학교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② 과학의 본성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③ 일상적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최근의 기술적 발전에 대해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④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적 지식과 함께 탐구기능을 개발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⑤ 학생들에게 과학기술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과학기술적 지식과 탐구과정을 활용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⑥ 과학에 기초한 일상적 쟁점들에 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한다.
⑦ 과학과 관련된 쟁점들을 통해 과학, 기술,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제공한다.
□ “과학적 소양”과 STS교육
과학적 소양의 개념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학교 과학교육의 중요한 개념의 하나로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의 배경에는 크게 미국과 영국에서의 STS교육(영국에서는 부분적으로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운동도 포함)의 새로운 과학교육 운동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즉, 1970년대와 1980년 초반에 걸쳐 과학적 소양이라는 용어가 계속해서 다양한 진보적 교육목표를 기술하기 위해 사용되면서, 과학과 사회의 관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던 STS교육의 큰 흐름으로 그 기본정신이 흡수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1982년 NSTA는 “STS : Science Education for the 1980s\"라는 제목의 의견서(position statement)를 선택하였고, 1980년 중반에 이르면 과학교육의 저술들에는 수많은 STS 주제에 대한 논의로 가득 차게 되었다. NSTA의 의견서에는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의 교육에 초점을 맞춘 과학교육의 새로운 교육목표에 대한 매우 강한 입장이 담겨있었다. 이 의견서는 새로운 과학교육의 목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초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능, 기술, 가치, 윤리 등을 강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Collette & Chiappetta, 1989, p.16). NSTA의 의견서에서는 과학기술적 소양을 갖춘 사람(scientifically and technologically literate individuals)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과학, 기술, 사회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하고 이러한 지식을 자신의 일상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 과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란 논리적으로 학습하고 사고할 수 있는 데 필요한 과학적 사실, 개념, 개념적 조직구조, 과학적 과정에 대한 기능 등에 대한 상당한 기초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그것의 한계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NSTA, 1982)
1983년 미국의 정책문건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적 소양을 증진할 것으로 주장하면서 “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은 졸업생들에게 ① 물상과학 및 생명과학의 개념, 법칙, 과정, ② 과학적 탐구와 사고의 방법, ③ 과학지식의 일상생활에 대한 응용, ④ 과학기술 발전의 사회 환경적 시사점 등에 대한 안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NCEE 1983).
1985년 미국의 AAAS(미국과학진흥협회: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Project 2061이라는 광범위한 국가 수준의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는 미국의 학교 과학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으며, 대학의 학자, 학교의 교사, 교육행정가들이 참여하는 5개 과학 분야별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각 위원회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미국의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할 시점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과학과 관련된 지식, 기능, 사고습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요청받았는데, 이때 그 내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기준으로 다음의 5가지 준거가 제시되었다: 유용성(utility), 사회적 책임감(social responsibility);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 철학적 가치(philosophical value); 유년기의 풍성함(childhood enrichment) (Stein, 1989). 물론, 이러한 준거들은 과학적 소양으로서의 과학교육을 크게 강조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Thomas & Durant(1987)가 당시 관련 서적들을 분석한 뒤, 다음과 같은 8가지의 과학적 소양의 특징을 추출하였다.
① 과학의 본성, 목표, 일반적 한계 등에 대한 이해; 이론과 관찰의 역할 그리고 ‘과학적 접근법’의 습득; ② 기술의 본성, 목표, 한계점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 ③ 연구의 자금지원, 과학활동의 실제, 연구와 개발의 관계 등 과학과 기술이 실제로 수행되는 방식에 대한 지식; ④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 등을 포함하는 과학-기술-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 ⑤과학의 핵심 구성요소와 그 언어에 대한 일반적인 기초; ⑥ 확률 및 통계와 관련하여 수량적 자료를 해석하는 기초적 능력; ⑦ 기술적 정보와 기술의 산물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 ⑧ 과학과 기술에 관련된 정보를 어디에서 그리고 누구에게서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
보통의 STS와 기본정신이 일치하지만,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좀더 부각시켰던 캐나다의 Saskatachewan Science Study에서는, STSE (science-technology-society-environment)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과학적 소양’이란 7가지의 과학교육 하위목표들이 균형을 이룬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에서 지적한 과학교육의 하위목표는 다음과 같다:
① 과학의 본성, ② 과학의 중요 사실, 원리, 개념, ③ 과학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는 지적 과정, ④ 과학, 기술, 사회, 환경간의 상호작용, ⑤ 과학의 기초가 되는 가치, ⑥ 과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공적 기능, ⑦ 과학기술적 문제에 대한 개인적 관심과 태도.
□ 과학적 소양의 전망과 한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학적 소양은 전통적인 ‘개별교과’중심의, ‘교과내용’중심의, ‘지적능력’중심의 전통적인 과학교육으로부터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향적인 과학교육이 실제로 학교 과학교육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과정의 개발, 바람직한 교재의 개발, 어울리는 평가시스템의 개발 등 그 성공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요인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 모든 것들의 기반이 되는 과학교사의 준비가 될 것이다.
Collette & Chiappetta(1989)는 학생의 과학적 소양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다음의 7가지를 강조하였다.
① 자신의 과학교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② 과학의 본성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지니고 있어야, ③ 일상적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최근의 기술적 발전에 대해 뒤떨어지지 않아야, ④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적 지식과 함께 탐구기능을 개발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⑤ 학생들에게 과학기술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과학기술적 지식과 탐구과정을 활용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⑥ 과학에 기초한 일상적 쟁점들에 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야, ⑦ 과학과 관련된 쟁점들을 통해 과학-기술-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과학적 소양은 1990년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세계 과학교육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실제로 이제 미국과 영국 등의 선진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기준으로 그 지위가 확대되는 과정에 있다 (예, APEID, 1990; UNESCO, 1993).
예컨대, 1996년 미국은 21세기를 대비하는 새로운 국가 과학교육 체계를 수립하고자 「국가 과학교육 표준(National Science Education Standards)」라는 야심찬 정책보고서를 발행하였는데, 이 보고서에서도 과학적 소양을 그 기본으로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국가 과학교육 표준은 과학적 소양을 갖춘 대중을 위한 비젼을 제시하고 있다. 이 표준은 각 학년 수준에서 학생들이 과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알고 이해하고 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개관하고 있다” (NRC, 1996).
한편, 최근 영국에서는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학교 과학교육의 방향을 탐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0년을 넘어서 (Beyond 2000: Science Education for the Future)」(Millar & Osborne, 1998)이라는 매우 중요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의 지침을 위해 크게 10가지의 권고사항(recommendation)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와 다섯 번째의 권고사항은 과학적 소양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1) 5-16세용 과학교육과정은 근본적으로 일반적 ‘과학적 소양’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5) 과학적 소양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되는 과학교육과정 내에서 현재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기술과 과학응용의 측면들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 보고서는 과학적 소양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 학교 과학교육은 과학과 기술적 문제 및 그 결과물에 대해 익숙하고, 유능하며, 자신감 있는 대중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과학교육과정은 충분한 과학지식과 이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과학과 관련된 간단한 신문의 기사를 읽거나 과학의 새로운 진보에 대한 TV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학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이 앞으로 더욱 많이 직면하게 될 중요한 사회적 윤리적 쟁점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미래의 직업세계에서 과학 및 기술과 관련된 재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 이를 위한 생생한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Millar and Osborne, 1998)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학적 소양’은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과학교육의 기본 이념으로 점차 그 지위를 견고히 해 가고 있으며, 21세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도 계속해서 중요한 기본 이념으로 그 중요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금의 현대사회의 특징이 이러한 보다 보편적인 과학적 상식과 태도 그리고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Hurd, 1998).
Song(1997)은 과학적 소양을 세계 과학교육의 표준으로 삼고자 할 때 비판적으로 고려해야 할 다음과 같은 5가지 사항을 지적한 바 있다; ① 과학적 소양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연유한 것으로서 개발도상국가 및 다른 국가들의 사회적 필요성과 국가교육의 목표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이상향일 수 있다, ② 과학적 소양의 교육은 과학교육의 체계를 넘어서는 교육계 전체 나아가 정부와 지역사회 전반의 협동적 노력이 광범위하게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③ 과학적 소양은 그 성격상 학교 교육의 범위를 넘어 서는 것으로서 학교 밖 교육과 성인교육을 동시에 포함하는 광범위한 대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④ 과학적 소양은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을 그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바람직하며 가능한 것인가?, ⑤ 과학적 소양의 개념은 실제로 과학 및 기술적 소양을 뜻하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기술 교과를 비롯한 사회, 수학, 역사, 언어 등 다양한 교과의 협동작업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과학적 소양’이 실제로 학교의 과학교육의 핵심 내용으로 자리잡고 제대로 실천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몇 가지의 현실적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과학적 소양’은 이전의 ‘어린이 과학자’의 이념이 그랬듯이 또 다른 메아리 없는 구호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3. 이공계 기피에 대한 외국의 사례
사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생활소득이 향상되는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많다. 여러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가 어떻게 나타났고,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 왔는가? 미국, 벨기에, 영국의 경우를 각각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 미국의 경우
미국에서 이공계 인력 수급의 문제가 최초로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1950년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당시 미국은 소련과 세계의 패권을 두고 핵무기 및 우주개척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1950년대 들면서 미국은 소련에 비해 과학기술의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미국은 그 불안감의 실체를 목격하고 말았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Sputnik)호를 성공적으로 우주에 발사하였다. 미국의 경각심은 극에 달했고, 정치인과 군사전문가들은 과학교육의 개혁이야말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자금이 투입되어 과학교육의 개혁이 시작되었다.
사실상, 1910년에서 1950년까지 40년 동안 미국의 학교에서 비학문적 교과(요리, 타이핑, 운전 등등)의 수는 8개에서 215개로 급증했다. 반면에 물리와 화학 같은 본격적인 과학 교과들은 소위 일반과학이라는 통합된 교과로 가르쳐지고 있었다.
미국에서의 과학교육의 개혁은 대학교의 과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1956년 당시 MIT대학의 물리학과 교수였던 자카리아스(Jerrold Zacharias)는 중등학교에서 과학교과가 제대로 가르쳐지지 않던 현실을 개탄하면서 유명한 물리과학연구회(PSSC)를 결성하였다. 이 회를 중심으로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의 개념구조에 충실한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1957년 국가방위교육법(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의 통과로 미국과학재단(NSF)는 학교 과학교육 혁신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였다. 불과 3년(1958-1961) 동안 $9,400만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과학교육 개혁을 위해 투입되었으며, 1961-1975년 사이에는 $600만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과학교육 연구개발 투자로 ‘PSSC물리’를 비롯한 새로운 과학교육과정과 교재가 개발되었고, 1975년까지 총 28개의 과학교육과정 개혁 프로젝트가 수행되었으며, 1970년대 중반까지 과학교육 개혁에 투입된 NSF의 자금은 무려 $15억에 이르렀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NSF의 지원 하에 개발되었던 프로그램들이 학교 과학교육의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976년 미국 전역의 교육구 중에서 약 50%만이 NSF의 중등과학 프로그램을, 그리고 약 30%만이 초등과학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 NSF 프로그램 중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IPS 프로그램만 약 25% 사용되었을 뿐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10% 도 사용되지 못하였다.
이처럼 1960-70년대 NSF 중심의 엄청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교육이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자, 미국은 이를 다시 국가적 위기로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때를 과학교육자들은 흔히 ‘과학소양의 위기(the science literacy crisis)\'라 부른다. 1983년 미국의 국가교육우월성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Excellence in Education)는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라는 중요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5년간, 300편 이상의 보고서들이 미국 과학교육의 위기를 지적하였고, 1983년에는 20건의 관련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실제로 미국 과학교육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국가과학학력평가(NAEP)는 1990년대 미국 17세 아동의 과학 실력이 1970년대보다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을 보고했으며, 1990년대 시행되었던 국제수학과학학력비교연구에서 미국은 항상 꼴찌군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미국 성인 55%는 지구가 1년에 한번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1/3이나 되는 사람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우유를 끓여 먹으면 괜찮다고 응답했으며, 45%는 인간이 진화했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초기의 인류는 공룡과 같은 시기에 살았다>라는 질문에 대해 각각 37%만이 바르게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국 성인들이 과학에 ‘무식’한 것을 개탄하여 1985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프로젝트2061>이라는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헬리 혜성이 지구를 찾아온 1985년을 시작으로 다시 혜성이 지구를 찾는 2061년까지 미국 시민의 과학적 소양을 대대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의 <프로젝트2061>은 장기적인 과학교육 개혁 계획이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단기적인 깜짝쇼로 대처 안을 마련해 왔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입만 열면 敎育百年之大計를 습관적으로 말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다른 한편, 미국은 과학기술계를 지원하는 일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답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청난 투자를 통해 과학기술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2003 회계연도 예산안 중 과학기술 관련 예산안은 $1183억으로 전년 대비 8.3%가 증가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 7개국(G7)의 과학기술 관련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이 정부 예산과 기업, 연구소 등 민간 분야의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연간 과학 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돈은 $2600억～2700억 수준으로 세계 모든 국가의 연간 과학 기술 투자비 총액(약 $5000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은 또한 모자라는 과학기술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1997년 기준 미국의 과학기술자 770만명 중에서 외국 출신은 20%에 가까운 15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점점 우리의 차세대 과학기술자들이 그러한 미국 땅을 꿈꾸며 나가려는 것을 막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미국의 「과학교육국가기준」에서는 학교 과학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서혜애 등, 2000, 19쪽).
∙자연 세계에 대해 알고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일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경험한다.
∙개인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적절한 과학적 과정과 원리를 사용한다.
∙과학과 기술이 관련된 문제에 대한 공적인 대화와 토론에 지적으로 참여한다.
∙자신의 직장에서 과학적 소양인의 지식, 이해, 기능을 활용하여 경제적 생산성을 높인다.
□ 영국의 경우
영국의 경우 과학기술의 역사가 오랜 만큼 그 위기를 극복했던 역사 역시 상당히 깊다. 역사상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선두적 자부심은 1851년 런던 대박람회에서 절정에 달했지만, 1860년대 이후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었다. 국가주도적 과학기술 연구 체제를 갖추었던 프랑스와 대학의 훌륭한 과학기술 교육 및 실험을 통한 연구의 체제를 갖추었던 독일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영국을 훨씬 능가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당시 자유방임의 정치철학을 내세우던 영국에서는 경쟁국의 상대적 발전에 자극 받아 적어도 과학교육에서만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많은 과학자들은 과학의 쇠퇴가 곧 국가의 위기임을 강조하는 과학운동을 전개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의 교육과 연구 및 전시 공간을 한 곳에 모은 일종의 <과학 특구>를 만들 것을 계획하였다. 효율적인 과학기술의 진흥을 꾀하였던 이곳이 바로 오늘날에도 영국의 과학기술 교육과 연구와 문화를 대변하는 런던의 사우스켄싱턴 지역이다. 이곳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이던 앨버트 공의 정신적인 후원의 흔적으로 세워진 Imperial College가 있고, 대중적 과학문화의 장인 Science Museum 및 Natural History Museum이 들어서 있다.
영국은 미국과 다르게 전통적으로 조기 전문화 교육과 엘리트 교육을 지향했으며, 핵심적인 과학기술 인력의 공급보다는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연령층이 되면 학생들은 상당한 정도로 자신의 미래 직업에 따라 전공 관련 교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이후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곧바로 전공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반면,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 간의 의사소통 부재에 따른 불균형과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는데, 1920-40년대에는 과학에 대한 포괄적인 학습을 강조하였던 일반과학(General Science)교육 운동이, 1970-80년대에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STS교육 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1990년대 이후에는 과학대중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가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국가 사회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인식 아래 시민의 과학소양과 과학기술적인 생활태도 등의 강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과학을 대중화하고 과학기술을 보편적인 문화의 한 형태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 영국과학진흥협회(BAAS) 등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학교 밖 과학활동과 과학 관련 축제 및 행사를 확산시키고 있다.
과학대중화 및 과학문화 운동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과학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왕립학회(Royal Society), 과학진흥협회, 과학교육협회(ASE),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 왕립공학아카데미(Royal Academy of Engineering), 물리학회(Institute of Physics), 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 등이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영국은 특히 다양한 청소년 과학활동 및 이를 적극 지원하는 과학관․박물관․식물원 등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또한 TV등 방송이나 신문들에 과학면이 풍부하여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과학기술분야로 유도한다. 어찌 보면 영국은 과학문화의 정착을 통해 학생들의 이공계로의 기피현상을 미리 방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학교 과학교육의 개선 방안
□ 과학사․과학철학과 과학교육
○ 과학사․과학철학 도입의 역사
1980년대 이후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측면을 학교 과학교육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1986년 영국과학교육협회(ASE)는 과학의 역사적 측면을 통해서 과학을 보다 문화적인 활동으로 나타내고 이를 통해 학교 과학교육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탐색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위원회의 설립 이후 영국과학교육협회와 영국과학사학회(BSHS)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이후 구체적인 방안과 접근들이 모색되었다 (예컨대, Shortland and Warwick, 1989).
한편, 영국의 국가교육과정(National Curriculum)에서는 과학적 탐구(Scientific Investigation)를 첫 번째 학습목표로 삼으면서 “(학생들은) ... 과학의 세계를 탐색하고 탐구하며, 과학적 현상과 이를 설명하는 이론의 본성 그리고 과학적 탐구의 과정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의 제4연령층(KS 4)의 도입문에서는 “학생들에게는 과학적 아이디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었으며 과학적 아이디어와 그것의 활용이 사회적 도덕적 정신적 문화적 맥락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학이 인간의 경험에 대한 중요한 사고방식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하여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물론, 학교 과학교육의 측면에서의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17년의 영국과학진흥협회(BAAS)의 중등학교 과학교육에 대한 보고서(Science Teaching in Secondary Schools)나 1918년 톰슨 경(Sir J. J. Thomson)이 위원장을 맡았던 정부 위원회의 보고서(Natural Science in Education)에서 이미 그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Brock, 1989).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대한 이러한 관심이 20세기 초반에 그것도 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19세기말 이후 과학은 정식 학교교과로서 인정받게 되고 교육과정에서 점차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고전교과(classics)들은 그들의 독보적이었던 지위를 위협받게 되었다. 이러한 갈등 관계 속에서 고전교육 분야에서는 과학을 인류의 문화와는 동떨어진 비인간화된 분야라고 비판하였으며, 이러한 비판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진 과학의 위력을 통해 더욱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대한 과학교육의 관심은 바로 이러한 비판에 대체하면서 과학을 “인간화”하고 “문화화”하여 과학의 문화적 가치를 보이는 하나의 방안이었으며, 이는 당시의 진보적인 과학자 및 과학교육자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다 (Brock, 1989).
1920-30년대의 학교 과학교육의 인간화하려는 이러한 노력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었는데, 이는 암스트롱(Henry Armstrong)에 의해 도입되었던 발견적 교수법(heuristic methods)과 이를 위한 실험활동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비판이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과학의 실험활동에만 단순히 전념하게 됨으로써 과학의 개념적 특성과 과학적 방법을 효율적으로 학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의 과학교육자들은 또한 영국의 중등 과학교육이 지나치게 일찍부터 전문화되어 과학이 일반 학생들에게 흥미 있는 대상으로 다가가지 못하며 과학의 본성과 방법론을 널리 교육시키지 못한다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중등교육 기간(16세까지)의 모든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목적을 위한 과학은 전통적인 물리, 화학, 생물의 개별 과학 교과가 아니라 일반과학(general science)이라는 종합적인 과학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러한 20세기 전반부의 과학교육에 대한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는 상당히 많은 정도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의 요소들이 포함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당시 과학교육 운동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결과물로는 Science for the Citizen(Hogben, 1938)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1940년대까지 과학교육은 매우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게 되었으며, 제2차 대전 이후부터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한 비판은 한편으로는 과학의 이론적 학문적 구조의 교육을 강조하는 사람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의 인문적 문화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들로부터 제기되었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과학을 보다 문화적 역사적 철학적 맥락을 통해 가르치기 위한 새로운 교양 과학교육을 주장하였던 하버드위원회(Harvard Committee)이었다.
교양교육에서의 과학교육은 - 과학적 사고와 다른 종류의 사고를 비교하고, 개별 과학들을 서로 비교하고 대비시켜 보며, 과학과 과학의 역사 그리고 일반 인류사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과학과 인류 사회의 문제점들 간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것과 같은 - 주로 광범위한 통합적 요소들을 통해 특징지워져야 한다. (Connant, 1945, p.155-6)
1960년대는, 특히 미국에서는, 새로운 과학교육과정의 개발이 가장 활발하였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개발된 대부분의 교육과정은(대표적인 경우가 PSSC이다) 전문 과학자들에 의한 전문 과학자의 양성을 위한 전문 과학 내용을 강조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학문중심 과학교육과정의 운동에 중요한 예외가 있었는데, 이는 Harvard Project Physics(HPP)(Rutherford et al., 1970)와 Harvard Case Studies of Experimental Science 그리고 이를 중등 수준으로 만든 Use of Case Histories in the Development of Student Understanding of Science and Scientists 등이다.
한편,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된 초기의 STS 교육과정이었던 영국의 Science and Society(Lewis, 1981)과 Science In a Social CONtext(SISCON)(Addinell and Solomon, 1983)은 역사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취한 교육과정은 아니었지만, 과학의 역사에 대한 과학교사들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자극하고 이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중반이후 과학교육에서의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대한 관심은 특히 STS교육 운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STS교육이 과학을 그것의 응용인 기술과 이의 적용공간인 사회를 통해서 교육하고자 하는 만큼, 과학의 본성, 과학적 아이디어의 변천과정, 과학과 사회의 관계 등과 같은 주제가 핵심적인 교육목표가 되었다. 이러한 STS 교육의 맥락 하에서의 대표적인 예로는 Investigating the Nature of Science (Honey et al., 1990), Exploring the Nature of Science(Solomon et al., 1991),
한편, 최근 국내에서 물리교육과 과학사 및 과학철학을 통합하려 하였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과학사와 과학교육」(양승훈 외, 1996)과 「물리학과 역사」(양승훈, 1996) 그리고 송진웅 등의 연구(Song et al., 1996; 1997)를 들 수 있겠다.
○ 과학교육에서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의 역할
ꠂ 1980년대 이후 전세계의 과학교육은 소위 ‘모든 이를 위한 과학 (science for all)’이라는 이념을 대체적으로 추구하였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그것들이 적용되는 사회간의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과학-기술-사회 교육(STS education)과 과학 현상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지니고 있는 오개념과 이의 개념변화를 추구하는 구성주의적(constructvisitic) 과학교육 운동이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메튜스(Matthews, 1994)는 과학사 및 과학철학(HPS: History & Philosophy of Science)이 과학교육에 다음과 같은 점에서 포괄적으로 기여한다고 요약하고 있다.
• HPS는 과학을 인간화시켜 주고 과학을 개인적, 윤리적, 문화적, 정치적 관심사항들과 관련 지워 준다. HPS는 과학을 외면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특히 여학생들에게) 과학을 보다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 HPS는, 특히 기본적인 논리적 분석적 활동은 (예컨대, 이 결론은 전제로부터 이끌어지는가?, 그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학급활동을 보다 도전적으로 만들어주고 합리적 비판적 사고 기능을 증진시킨다.
• HPS는 과학의 교과 내용에 대한 보다 철저한 이해에 기여할 것이다. 즉, HPS는, 공식과 방정식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단순히 이것들을 암송하는 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HPS는 교사들로 하여금 과학과 지적 사회적 체제 안에서의 과학의 위치에 대한 보다 풍부하고 확실한 이해를 갖도록 도와줌으로써 교사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
• HPS는 과학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개념변화 과정에서의 난점들에 교사들의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학생들이 직면하는 학습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교육과정을 구성하거나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과학교육과 과학사
과학교육을 위한 과학사의 도입 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Physics for the Inquiring Mind(Rogers, 1960)와 Harvard Project Physics(HPP)(Rutherford et al. 1970)를 들 수 있겠다.
Rogers는, 자신의 책제목 “탐구하는 마음을 위한 물리학: 물상과학의 방법, 본성 그리고 철학”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Physics for the Inquiring Mind에서 “비판적 독서, 올바른 추론, 분명한 사고”의 사용을 매우 강조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책이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물리교육에 최초로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보다 적극적으로 과학사적 접근에 더욱 집중하였던 HPP는 1960년대의 일반적인 과학교육과정 개발 절차에 따라서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1962년부터 1970년까지의 기간 동안 크게 3단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용 교재, 교사용지도서, 독서자료 그리고 평가자료 등을 개발하였다. HPP는 고등학교 학생용 물리교재로서 물리학의 대부분의 내용을 도입할 때 가능한 한 해당 개념의 역사적 배경을 더듬으면서 그것의 역사적 맥락과 물리학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HPP는 기본적으로 물리학 과정을 좀더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그것의 서문에 나타난 두 번째 목표는 이를 잘 나타내 준다.
학생들이 물리학을 매우 다양한 측면을 지닌 인간의 활동임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즉, 물리학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시각에서 나타내고, 물리학의 아이디어들은 전통이며 동시에 진화적인 적응과 변화의 과정임을 보인다.
그러면, 실제로 과학사로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Monk and Osborne(1997)은 지금까지의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과학교육에 도입하려는 시도들은 지나치게 기존의 과학교육의 전통인 개념(내용)학습에서 이탈하였다고 비판하였다.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도입하되, 이를 보다 개념(내용)의 학습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교사와 교육과정의 부담을 줄이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Monk and Osborne는 <프리젠테이션>, <표현>, <과학사조사>, <테스트 고안>, <과학적 개념과 테스트>, <점검과 평가> 등 6단계로 구성된 수업모형을 제안하였다.
한편, 송진웅(1996)은 학생들의 물리 오개념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사를 도입할 때 교사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① 일반적으로 과학사의 내용을 과학수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주입식의 수업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능한 수업시간표 상에서 수업을 연속적으로 편성하도록 한다.
② 과학사 내용을 도입할 때, 간혹 학생들이 과거 과학자들의 생각이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대적 관점에서 역사를 판단하는 오류로서, 당시의 지적 수준이나 실험 및 제반 여건들에 비추어 매우 정교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킨다.
③ 수업의 진행이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은데, 집단 내의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견이 다른 학생들을 섞어서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④ 과학사를 과학교육에 도입하면, 전통적인 학습에서 무시되는 다양한 측면들을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세계관의 변화, 과학과 종교의 관계, 과학 지식의 가변성 등의 역사적 철학적 측면들이 잘 드러날 수 있는 학습활동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⑤ 학생들의 오개념과 과학사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생각들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과학교육을 위한 사회적 기반의 확충
이공계 기피현상과 관련하여 정부 및 비정부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다각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과학기술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협력 하에 과기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과학교육발전위원회>를 출범하고, 그 산하에 청소년과학교육․과학영재교육․이공계대학진학․이공계대학교육․청소년과학화 등을 담당하는 5개의 특별위원회를 조직했다.
민간 차원에서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인 세상(science.net)>를 자발적으로 결성하여 현재의 이공계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과학기술 관련 정보교환과 정책개발의 네트웍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한 바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과학기술인들이 자신의 처우와 사회적 지위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한편, 지난 2월에 이공계 기피 문제로 열린 <기초과학문화포럼>(포항공대 과학문화연구센터 주최)에서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 내용을 간단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장영실이 관노에서 종3품의 벼슬에 올랐듯이, 오늘날에도 희망을 주고 비젼이 제시된다면 학생들은 이공계로 지원을 꺼리지 않을 것이다.
․ 대덕의 연구원들은 오히려 연구단지에 남아 있는 자신이 창피할 정도이다.
․ 대부분의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 진학 희망하며, 이는 과학기술분야 연구원의 10배에 이르는 수입 때문이다.
․ 과학시간과 과학교사의 절대 부족으로 과학교육의 현장이 무너진다.
․ 기업체에서의 성공사례를 통해 과학기술계로 진출하여 성공한 경우를 부각시키자.
․ 이공계 기피현상의 현실분석을 하되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시하자.
․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적정 선을 향해 가는 과정이니, 자율시장 논리에 맡겨라.
․ 보다 내실화 있는 과학교육이 이루어져야 이공계로의 진출을 꾀할 수 있다.
․ 대중매체를 통해 이과 졸업생들은 문과 졸업생들에 비해 삶의 질이 낮게 비친다.
․ 이공계 출신자가 정책 결정권자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 국가는 인내심을 갖고 과학기술계를 투자해달라.
․ 교차지원을 없애고 수학과 과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이공계에 진학하게 하자.
․ 의사 변호사들은 집단 활동을 하는데, 왜 과학기술자들은 침묵하는가?
․ 각 과학단체들이 공동으로 과학교육개혁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이다.
․ 한국에서의 이공계기피 현상은 사회 선진화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 실제로 사회기여도에 있어 문과보다 이공계 출신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
우선, 내년도 입시안에 따르면 교차지원의 맹점을 이용한 문과 수험생의 이공계 진학은 많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공계 기피 현상 해결의 첫 번째 단추가 채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추구하는 전공 분야를 정당하게 공부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서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것은 <노력한 만큼 얻는> 선진 사회로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차지원의 금지가 이공계 기피 문제의 충분한 해법이 될 수는 물론 없다. 현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제도적인 차원과 사회 문화적인 차원 곳곳에 그 뿌리가 박혀있다. 내실 있는 과학교육이 초․중등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회․문화적인 인식이 현저하게 달라져야 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특히 대중매체를 통해 과학기술계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대중매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기술자이건 아니건 과학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도의 과학기술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또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한 국가의 경쟁력이 그 나라의 과학기술적 역량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내가 과학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내가 스스로 과학기술을 즐기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과학기술은 필요하며, 때문에 우리 모두를 위해 과학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학기술에의 투자는 전적으로 일반시민의 이해와 공감에 의존해야 한다. 이제 과학기술자들은 그러한 이해를 얻어내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가 하는 일의 중요성과 잘못 알려져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리고 홍보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야기하고 있는 암울하고 부정적인 사회상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과학문화 교육
한국과학문화재단은 ‘과학문화’라는 용어 대신 ‘과학기술문화(science cultur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를 크게 ‘과학적 문화’,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문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문화’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과학적 문화’란 과학적 합리성과 창의성, 효율성 등 사회의 제 문제들에 대한 소위 ‘과학적’ 접근을 지향한다.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문화’는 과학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여건의 조성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문화화’는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가 존중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는 다분히 ‘과학문화’에 대한 ‘기능주의적 관점’의 정의이다. ‘과학문화’가 옳은지 ‘과학기술문화’가 옳은지의 문제를 떠나서,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처럼 정의되는 소위 과학의 긍정적인 측면이외에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수반되는 다양한 가치, 윤리, 세계관의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류문명의 발전과정에서 과학은 어떤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였는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떠한 세계관을 이끌었으며, 세계관의 변화는 인류의 가치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된 사회적 윤리적 문제는 무엇이고, 인류 공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여야 하는가? 그리고 도대체 과학기술은 통제가능한 것인가? 과학기술자가 갖추어야 하는 바람직한 가치체계는 무엇인가? 등등의 문제는 과학기술이 인류 사회에서 갖는 가치와 의미에 대한 ‘규범론적 관점’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자 및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의 경쟁력 향상을 꿈꾸는 정책입안자들은 다분히 기능주의적 관점으로서의 과학문화를 주장하는 반면, 인문주의자 및 환경론자 등은 과학기술에 대한 규범론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건강하고 발전적인 과학문화를 위해서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시각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문제는 어떻게 그것을 이룰 수 있는가 이다.
우리가 만약 <과학문화 교육>이라는 것을 말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통상적으로 경험하였던 과학내용의 교육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앞에서 언급한 기능주의적 관점과 규범론적 관점 모두를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 의미의 과학문화 교육일 것이라고 믿는다.
분명 교육이라는 사회적 행위는 인류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한 양태이며, 특히 과거로부터의 문화의 전수와 미래를 위한 문화의 재창조 과정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과학문화의 교육이란 과학문화의 전수와 재창조에 기능해야 할 것이다. 즉, 기능주의적 그리고 동시에 규범론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인류의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물리학을 전수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바람직한 미래를 향한 지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문화 교육에는 어떤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여기에는 학문으로서의 과학 교육, 교육활동으로서의 과학 교육, 사회현상으로서의 과학 교육, 사회발전의 수단으로서의 과학 교육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넓은 의미로 과학문화 교육을 말할 때 우리는 이 모든 측면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물리학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예시될 수 있을 것이다.
○ 학문으로서의 물리(학) 교육
ꠂ 물리학이 갖는 독특한 학문적 특징은 무엇인가?
ꠂ 물리학의 목표와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가?
ꠂ 바람직한 물리학습은 물리학의 어떤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등
○ 교육활동으로서의 물리 교육
ꠂ 물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갖추어야 하는 지적 특성은 무엇인가?
ꠂ 물리학습을 통해 어떤 측면의 시민의식을 갖추기를 희망하는가?
ꠂ 물리학은 학습자 개인의 자아실현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 타 교과와의 관계 속에서 물리교육이 성취할 수 있는 교육적 지향은 무엇인가? 등
○ 사회현상으로서의 물리 교육
ꠂ 물리학의 역사적 발전 과정은 어떤 것이었는가?
ꠂ 물리학은 사회에 사회는 물리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 우리 주변의 생활현상은 물리학을 통해 어떻게 설명되는가?
ꠂ 물리학의 눈으로 사회문화의 제 측면을 살펴보면 어떤 모습을 발견하겠는가? 등
○ 사회발전의 수단으로서의 물리 교육
ꠂ 물리학에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양성할 것인가?
ꠂ 각종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에 물리학의 원리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예비산업인력을 위한 물리교육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 현대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물리학과 타 분야의 만남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등
우리는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그러한 과학을 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능력과 자질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우리가 가르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과학은 그 교과서적 내용 - 즉 텍스트(text) - 만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물리학의 내용과 함께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소위 콘텍스트(context)가 함께 전달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 둘을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텍스트가 향수라면 콘텍스트는 향기이다. 텍스트가 나무라면 콘텍스트는 숲이다. 텍스트가 교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콘텍스트는 학생에게 전달되는 교사의 말씀과 정신이다. 텍스트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라면 콘텍스트는 그러한 내용을 발견한 과학자들의 정신과 그 내용이 갖는 사회와의 관계성이다. 텍스트가 뉴턴의 법칙이라면 콘텍스트는 뉴턴의 인생과 사상과 그리고 그것이 갖는 갈릴레오와 아인슈타인의 이론과의 차이점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과학교육에 실패하고 있다면, 아마도 그 원인은 텍스트 자체에 있기보다는 그것이 만들어 내는 콘텍스트에 있을지 모른다. 일부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지난 50년간 변화된 것이 없는 과학교육의 텍스트에 어떤 문제가 있기보다는, 급속히 변화되는 사회와 학습자의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물리학 그 자체가 근대문명의 핵심이었던 19세기 말의 콘텍스트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하면, 과학을 보다 재미있고 항상 가까이 하고 싶은 그리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콘텍스트를 심어줄 수 있을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 과학교육에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19세기와 거의 유사한 내용과 방식으로 과학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착했는지 모른다. 21세기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학은 복잡한 수식과 추상적 문제들로 뭉쳐진 지식 덩어리가 아니라, 인류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교감하며 변화를 경험한 그리고 인간의 삶과 생활을 크게 변화시킨 그래서 인류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그 핵심의 부분으로서 조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통적인 과학교육은 다분히 전문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한 예비과학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과학의 학문적 진수만을 모아서 매우 간결하고도 체계적인 개념의 뼈대를 만들어 제공하였다. 이것저것 사소하거나 덜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들은 찾아서 제거하고, 그 핵심만을 모아서 멋진 탑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념의 뼈대로 만들어진 탑에서 어느 것 하나가 중간에서 빠져버리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정교하고 치밀하게 쌓아진 탑이기에 단 하나의 흐트러짐이 있어도 안 되는 것이다.
폭발할 것 같은 호기심과 개성으로 가득 찬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꾸며진 과학의 개념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기억하기도 힘든 온갖 기호들로 가득 찬, 그 필요성과 가치를 전혀 느끼지도 못하는 그 수많은 개념과 공식들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스스로의 삶과 사회적 경험과 거의 아무런 관련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과학으로부터 어떤 아름다음과 유용성 그리고 그 가치를 공감할 수 있겠는가?
만약 우리가 과학문화 교육이라는 것을 추구한다면, 이러한 기존의 모습과는 매우 다른 것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때 과학을 경험하고 배우는 대상 또한 특정 연령층의 학습자들에게 국한될 수 없을 것이다. 초중고는 물론 취학전 아동 및 성인들을 포함하는 평생교육으로서의 과학문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과학교육은 연령층에 따라 어떻게 특징지워져야 하는가? 예컨대, 취학전 아동 및 초등학생에게는 보다 ‘놀이문화 중심’으로, 중학교 및 고등학생에게는 보다 ‘생활문화 중심’으로, 예비과학자들에게는 보다 ‘과학기술문화 중심’으로, 그리고 인문․사회계 대학생 및 일반인들에게는 보다 ‘사회문화 중심’으로 특징지워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문화 교육은 그 대상에 따라서 그 주된 특징이 달라져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것과 매우 다른 형태의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II. 학교 밖 과학 교육의 현황과 개선 방안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각종 토론회, 연구 보고서에서는 학교 과학교육의 개선뿐만 아니라 학교 밖 과학교육 활동의 증진 및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나 그 동안 정규 학교 과학교육에 비해 학교 밖 과학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일하게 학교 밖 과학활동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자료 수집과 개선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2000년에 보고된 과학기술부 정책연구보고서인 ‘청소년 학교 밖 과학활동 진흥방안 연구(박승재 외 8인, 2000)’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 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학교 과학교육과 대비되는 학교 밖 과학교육에 대한 개념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학교 밖(out of school)” 과학 교육은 공간적으로 학교 밖에서 하는 과학 교육 활동과 학교 이외의 기관이나 단체가 계획하고 학교 내외에서 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따라서 현재 초‧중등 학교에서 계획하고 공간적으로 학교 밖에서 하는 활동, 둘째, 학교이외의 기관이나 단체가 계획하고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하는 활동, 셋째, 학교 밖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을 학교 내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과학활동을 포함한다(박승재 외, 2000).
그러나 학교 밖 과학교육은 그 성격상 보다 광의의 개념인 ‘과학대중화’ 활동, ‘대중의 과학 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와 분리되기 어려우며 그 내용이 보다 더 청소년을 위한 것일 때 ‘교육\'이라는 용어가 사용될 뿐이다. 다양한 과학경연 및 행사, 캠프, 대중매체의 과학 프로그램, 대학/연구소/기업의 과학대중화/교육 프로그램, 과학관/박물관의 시설 및 프로그램 등 학교 밖 과학교육은 바람직하게는 국가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 과학교육’과 연계되어 상보적인 차원으로, 때로는 학교 과학교육을 자극하고 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될 것이 기대된다.
학교 밖 과학교육에 대한 현황 및 개선안을 고찰하는 것은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 현상 극복을 위한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으나 근저적인 요인으로 계속해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 국내의 각종 과학 경연 및 행사
□ 과학 경연
○ 현황
경연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적, 집단적으로 일정한 곳에 모여 예술, 기능 따위의 재주를 겨루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 경연이란 개인적, 집단적으로 과학에 관련된 재주를 겨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연이 겨루는 활동이라는 것은 등위 부여나 선발의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즉 과학 경연은 일차적으로 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경연의 간접적인 목적은 경연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참여 의식을 고취하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과학 경연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과학과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를 증진시키고 과학 활동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장차 과학 관련 직업 선택에 대해 자극 받을 수 있다(윤혜경 1977).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과학 경연은 대상과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해마다 형식과 내용이 약간씩 바뀌기도 한다. 또 비교적 오래 동안 실시되고 있는 과학 경연이 있는가 하면 한 두 해 실시되고 난 후 여러 가지 여건상 실시되지 않는 과학 경연도 있다. 또 이러한 경연들은 규모에 따라 지역 규모의 대회와 전국 규모의 대회로 나눌 수 있으며 전국 규모의 대회도 지역별 예선을 거치는 것과 예선을 거치지 않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병훈(1993)은 과학 경연 대회의 유형을 크게 발표형, 시험형, 경기형으로 나누었으며 윤혜경(1997)은 이것을 수정, 보완하여 과학 경연을 크게 연구발표형, 시험형, 협동경기형, 놀이형, 제작형, 예술형으로 나누었다.
연구발표형은 참가자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소규모 집단으로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하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주제의 영역이나 방향이 제한될 수도 있겠지만 이 유형의 과학 경연은 참가자가 구두로 혹은 포스터, 보고서 등의 형식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것은 마치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회나 학회지에 발표하는 것과 유사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발표형 경연의 경우 과제의 해결 기간은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시험형은 대회 중에 제시되는 문제를 주어진 시간 안에 해결하는 것으로 과학 경시 대회나 과학 올림피아드 등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소수의 영재를 선별하기 위해 적합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참가 단위는 개인인 경우가 많다.
협동경기형은 집단으로 참가하는 것이 특징이며 경기라는 형태를 띠므로 참가팀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시된다. 즉 줄다리기, 배구, 농구 등의 경기와 같이 참가팀 간의 직접적인 경쟁이 유발된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의 협동과 전술, 과제 해결 과정 중 협동, 역할 분담, 의사소통 등이 중요하며, 이러한 유형의 경연은 집단적인 과학 활동을 격려하고 비판적 사고 등을 고취하는데 적합하다. 다음에서 소개할 ‘공동탐구 토론대회’가 협동경기형 경연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놀이형은 부담 없고 재미있는 놀이 형태의 활동을 통하여 과학을 이해하고 탐구하게 하는 것으로 소수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즐겁게 경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작형은 기술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과학 경연으로 시간 내에 주어진 재료로 조립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고안하여 장치를 만드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발명품 경진대회나 모형함선 경진대회, 라디오 조립대회, 과학상자 조립대회 등 많은 예를 들 수 있다.
예술형 과학 경연은 과학과 그림, 사진, 연극, 영화, 음악, 무용, 문예 등의 예술을 접목하려는 것으로 과학을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이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혹은 과학적인 기법을 사용한 새로운 예술 활동을 모색하려는 것이 해당된다. 예술형 과학 경연은 과학이 인류 문화 활동의 일부이며 그 소산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리고 과학과 예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중요하다. 과학 내용을 주제로 하는 과학 연극 대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유의할 점은 어떤 구체적인 과학 경연 대회가 반드시 위의 여섯 가지 중 하나에 속하지 않을 수 있으며 꼭 그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또 놀이형 하나만 하더라도 참가 단위에 따라서, 과제의 내용에 따라서, 심사 방법에 따라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경연이 가능하다.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의 주요한 과학 경연들에 대한 자료는 과학기술부 정책연구보고서(박승재 외, 2000)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으므로 국내의 과학 경연 중 규모가 크거나 주목할만한 특성을 지닌 다음 5개의 과학 경연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살펴하고자 한다.
․청소년과학경진대회
․수학과학경시대회
․과학전람회
․학생발명품경진대회
․로봇축구대회(FIRA 로봇월드컵대회)
ꠂ 청소년과학경진대회
청소년 과학경진대회는 1983년 당시 각 시․도 교육위원회, 어린이회관,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한국과학문화재단 전신) 등 각급 관련단체에서 비정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청소년 과학 경연을 정부 지원하에 종합적, 체계적으로 실시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4월 과학의 달 학교 자체 행사를 통하여 일정 인원을 교육청 대회에 나가도록 하고 시․도 대회를 거쳐 전국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대회에는 약 800여명의 초․중학생이 참가한다.
20여 년간 실시된 역사와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점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전�
|
|
|
|
|
|
|
 |
|
